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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발자가 살아남는 시대잡다한 글 2025. 10. 21. 12:57728x90
1.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던 시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에는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구호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SSAFY, 코드스테이츠, 엘리스, 우아한테크코스 등 각종 부트캠프와 교육 프로그램이 성행했고, 수많은 비전공자들이 개발 세계에 뛰어들었다. 물론 그중에는 실제로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동시에 겉핥기식으로 코딩을 배웠던 다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큰 벽에 부딪혔다.처음엔 간단한 웹사이트 하나, 작은 API 하나 만들면 스스로 “개발자”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개발은 그보다 훨씬 복잡했다. 트래픽이 몰리는 대규모 서비스, 병렬 처리, 메모리 최적화, 데이터 정합성 같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대학에서 배우는 컴퓨터과학 지식(CS)의 중요성이 드러났다.
결국 기초가 부족했던 많은 비전공 출신 개발자들이 기획자(PM), 퍼블리셔, 운영 직군 등으로 옮겨갔다.
개발이라는 영역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체계적인 학문적 기반 위에 세워져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2. 바이브 코딩의 등장 : 그리고 환상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AI가 모든 코드를 대신 짜주는 마법 같은 기술로 여겨졌다. 몇 줄의 텍스트만 입력하면 완성도 있는 앱이나 웹사이트가 뚝딱 나온다는 환상에 많은 사람이 열광했다. 실제로 2024년 전후로 Vercel의 v0, Bolt.new, Lovable 같은 AI 코딩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Lovable은 출시 8개월 만에 연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했고, Replit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ARR이 280만 달러에서 1억5천만 달러로 폭증했다. 이 덕분에 한때 “이제는 진짜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이러한 호황은 급격히 꺾였다.
Barclays 데이터에 따르면 Lovable의 방문자는 정점 대비 40% 감소했고, Vercel의 v0는 5월 이후 64%나 급락했으며 Bolt.new도 27% 줄었다. 전문가들은 “AI는 코드를 짜는 데는 뛰어나지만, 시스템을 ‘이해’하진 못했다”고 분석했다. 기능적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서비스 구조, 보안, 예외 처리 같은 부분에서는 허점이 많았다.결국 “누구나 개발자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짜 개발자는 따로 있었다”는 냉정한 현실이 드러났다.
3. AI가 잘하는 일, 그리고 아직 못하는 일
AI 코딩 도구가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코드를 작성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CSET의 연구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코드의 48%에서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었다. GitClear의 분석에서는 코드 복붙 비율이 2020년 8.3%에서 2024년 12.3%로 급증했고, 리팩토링 비율은 24.1%에서 9.5%로 줄었다. 즉 AI는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품질을 유지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부족하다.

이런 한계는 결국 기초가 탄탄한 개발자의 손을 거쳐야 해결된다. 코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검토하고, 보안 구멍을 찾고, 전체 시스템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AI가 개발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4. “코더”는 사라지고, “엔지니어”가 남는다
이제 더 이상 코드를 찍어내는 일만 하는 “코더(coder)”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그런 단순 작업은 AI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낸다.
실제로 이제는 개발자가 아닌 사람도 일정 수준의 코딩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를 들어 기획자나 마케터가 Anthropic의 Claude 같은 AI에게 “이런 형태의 웹 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몇 분 만에 HTML과 자바스크립트 코드가 생성된다.
코딩을 전혀 배운 적이 없어도 간단한 설문 페이지나 랜딩 페이지 정도는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이처럼 비개발 직군도 개발 흉내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AI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CS 지식이다.운영체제, 네트워크, 자료구조,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등 이런 기초를 이해하는 사람이야말로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진짜 엔지니어다.
지금의 변화는 분명하다.
AI는 코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CS를 모르는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5. 부트캠프의 시대가 지나가며
2021년의 부트캠프 붐은 “누구나 개발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2025년의 현실은 다르다.
“누구나 개발자 흉내는 낼 수 있지만, 진짜 개발자는 드물다.”AI의 등장은 오히려 ‘표면적인 코딩 능력’의 가치를 낮췄다.
이제 코드를 작성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 코드가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그래서 진짜 개발자로 남기 위해서는
기초가 단단한 사람,
원리를 이해하는 사람,
AI를 도구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6. 진짜 개발자가 되는 길
결국 답은 다시 기본기로 돌아온다.
AI가 코드를 대신 써주는 시대에 진짜 경쟁력은,
‘무엇을 써야 하는지 알고,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 아는 능력’이다.학교에서 배웠던 운영체제, 네트워크, 알고리즘 같은 것들은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막상 문제를 해결할 때 그 지식이 가장 큰 힘이 된다.개발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력의 싸움이다.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이해, 맥락, 판단이다.
코드는 대신 써줄 수 있어도 왜 그 코드여야 하는지는 인간만이 알 수 있다.마무리
나는 아직 주니어 백엔드 개발자다.
때로는 조급하고, 아직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매일 느낀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바이브 코딩이 코드를 대신 써주는 시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코드를 빨리 짜는 사람보다는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시스템을 단단히 설계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AI 시대일수록, 기초를 지키는 개발자가 진짜 개발자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겸손하게,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며 변화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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